[독서 한줄] / / 2023. 7. 3. 18:16

페터 비에리의 자기결정

저의 소망은 이 책에서 나온 자기 결정의 원칙이 현재 우리의 문화권에서보다 더욱 중요하게 취급되는 문화 아래 사는 것입니 다. 지금의 문화에서는 원인이 있는 행위와 결정의 자유가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통하기는 하지만 자기 결정이 좀 더 복잡한 형태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좀 더 복잡한 형태의 자기 결정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기, 각자 차별화된 자아상 만들어가기, 그 자아상을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새롭게 고쳐나가며 발전시키기. 자기 인식을 넓혀가기,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과 기억을 갈고 닦기,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타자의 조종을 명료히 꿰뚫어 보고 방어하기, 그리고 자기 목소리 찾기. 이 모든 것들은 지극히 당연하고 언제나 지켜져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공과 실패, 승리와 패배, 경쟁과 순위의 논리가 너무도 시끄럽게 세계를 뒤덮고 있지요. 그것도 전혀 울리지 말아야 할 곳에서 울리고 있어요. 제가 원하는 문화는 조금 더 잔잔한 소리가 지배하는 문화,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이 도움을 받는 고요함의 문화입니다. 오직 그것이 최우선이며 다른 모든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그런 문화 말이에요. [39p]

 

타인의 시선은 교정 기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실제로는 전혀 믿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타인의 인식과 우리의 자아상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는 이유는 자아상이 자기기만에 매우 취약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기만은 이익이 동기가 된, 자기 자신에 대한 착각이지요. 자아상의 인물처럼 생각하고 바라고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에요. 그러면서 자신을 그런 사람으로 그려놓습니다. 이 점은 특히 도덕적으로 의미 있는 사고와 소망과 감정이 관여할 때 더욱 중요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만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앞에서도 거짓말을 하며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폭로하지 못하도록 이를 악물고 지켜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49p]

 

그러나 이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자기 인식은 정신적 사실들에 대한 접근이 아니라 삶에서 서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가능한 한 많이 부여해주는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의 발전이며, 그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도 이해하게 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발전이란 심층으로 파고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가고 창조해내어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를 앞으로 진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게 만드는 것을 뜻할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나에 대한 진실 같은 것은 없을 것이며 내가 본래 누구인지와 내가 누구로 보이는지의 차이를 구분 짓는 것은 무의미해집니다. [63]

 

그러나 잔인함을 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진실성에 있어서도 자기 인식은 그 가치를 발휘합니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나의 생각,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떠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 그 두 가지 사이의 차이를 구별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그 사람에게 투사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꿰뚫어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반대로 나에 대한 타인들의 투사를 알아차리고 그들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그 어떤 정도 무위로 끝나는 포템킨 전함의 단단한 표면 같은 얼굴이 아닌, 진실하고 교류 가능한 감정들을 가지고 우리 자신을 대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자기 결정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저자 페터 비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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